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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가족력? 나쁜 역사는 새로 써라

2003-06-05 조회수 301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각종 생활습관병이 증가하고 사스 등 신종 바이러스들로 인한 가족내 감염도 무시할 수 없는 요즘, 모든 병의 시작점은 우리집이고 그 혁명도 우리집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획은 이런 점에서 가족과 질병의 관계를 조목조목 짚어, 건강한 가족을 꾸려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1회- '가족력? 나쁜 역사는 새로 써라'

2회- '가족내 감염질환과 예방'

3회- 생활습관을 바꿔 가벼운 가족 되기

4회- 올바른 관계 vs나쁜 관계, 가족내 관계맺기

5회- 우리집 누군가 아플 때...나머지가족 건강관리(편집자주)



50대 초반 남성 k씨는 최근 위암 수술을 받았다. 다행인건 초기에 발견해 큰 수술을 면할 수 있었던 것. 가족들 모두 위가 안 좋은 편이라 지레 겁먹고 정기적 검사를 해 온 덕분이었다. k씨는 지난해 아버지를 위암으로 잃었고 가족들도 모두 위염증세로 고생해온 전력을 가졌다. 이런 탓에 k씨는 가족들을 독려해 동네의원에서 정기적으로 위장검사를 해왔다. 그러다 최근 위에서 아주 미세한 이상이 발견된다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됐고 좀더 큰 병원에 가 검사해보니 아주 작은 암 덩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종합병원 의사는 "거의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작을 때 찾아내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20대 후반 L씨는 직장에서 실시하는 신체검사에서 혈압 140/100으로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마른 편이고 젊은데 의외로 혈압이 높다"는 의사의 말에 다른 병은 아닐까 겁먹은 L씨. 병원을 찾았으나 심각한 다른 병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집안내력과 평소 생활습관 때문인 것 같다며 생활습관을 조절하라는 따끔한 충고를 들었다. 사실 L씨의 할아버지는 뇌졸중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고혈압에 협심증을 앓아왔다. 게다가 L씨의 가족은 식습관이 짜고 매운 것을 즐기는 편이다. 걱정이 된 L씨 원래 유전적으로 혈압이 높다는 건 어쩔 수 없다쳐도 먹는 습관은 바꿔보기로 했다.



몸에 이상이 있어 병원에 가면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아버지나 어머니 등 가족 중에 같은 병을 앓은 사람이 있는지'이다. 가족의 질병에 대한 역사인데, 이것이 바로 '가족력'이다. 가족력이 중요한 이유는 가족의 병력이 발병을 예측하고 병을 진단,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홍영준 원자력병원 암유전상담클리닉 과장은 "어떤 병이든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해서 나타나게 되는데, 가족은 '피'로 상징되는 유전정보와 오랫동안 함께 생활한다는 점에서 생활습관인 환경요인도 함께 공유하므로 자연히 비슷한 병을 가질 확률이 높다"며 "이런 이유로 가족력을 통해 나타날 확률이 매우 높은 유전병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으며, 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이 함께 작용해 나타나는 성인병 및 일부 암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선조들의 질병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홍영준 전문의는 "선조의 병을 제대로 기록하기가 어렵고 그동안 의학이 발전되면서 질병 분류도 달라져 상세한 가족력 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재 본인을 기준으로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등 직계 2~3대의 병력을 확인해 대체로 두명이상 가계도에서 같은 질병이 나타나면 그 질병에 대한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가족력과 유전병 달라

성인병 가족력은 집안분위기 중요 유전성 암은 정기검진 반드시




가족력은 흔히 유전병과 혼동되기도 한다. 최현림 경희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족력은 가족들의 병의 역사이므로 유전적인 질환을 앓았는지 아닌지 등 선조의 유전질환에 대한 정보가 포함돼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가족이 가진 유전적 요인에 식습관이나 운동습관 등 생활습관이 함께 작용해 발병의 원인이 되므로 가족력이 바로 유전병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전병이 다음 대에 반드시 나타나는 것이라면, 가족력은 다음대에 확률이 높을 뿐 그 병이 반드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며 "예를 들어 고혈압의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자식이 반드시 고혈압은 아니라는 얘기와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가족력 질환 중 유전성 질환은 클라인펠트증후군, 혈우병, 터너증후군, 다운증후군 등 10% 미만이고, 나머지는 환경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현대 아산병원 김영식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성인병은 대부분 여러 유전자와 환경 요인이 함께 작용해 나타나는 다인자성 질환으로, 유전적 소질도 있지만 각자의 환경 상태가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즐겨먹는 음식, 성격, 가족이 운동을 자주 하는지 등 집안 분위기에 따라 발병 여부가 좌우된다는 설명이다.



가족력과 관련해 관심을 모으는 질병인 고혈압, 인슐린비의존성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등은 특히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가족의 경우 과식, 과음, 짜게 먹는 습관 등인 경우가 많아 식습관을 고치는 게 혈압을 낮추는데 꼭 필요하며, 인슐린비의존성 당뇨병의 경우도 유전적 소인이 강하나 꾸준한 운동으로 발병 가능성을 낯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골다공증도 마찬가지다. 어머니가 골다공증이면 딸의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 보다 2~4배가 높은데, 이는 술· 담배· 인스턴트 식품섭취 등 식사습관이 발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가족력이 있을 경우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력이 뚜렷한 유전성 암도 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 등 환경요인이 함께 작용해 나타난다. 유방암, 대장암, 폐암, 갑상선 암 등이 유전요인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위암이나 난소암 등도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체 암의 5~10%를 차지하는 유전성 암의 경우 통상적으로 조부모의 자식을 포함한 사촌까지 암 환자가 2명 이상이면 고위험군으로 본다. 이런 유전성 암의 경우 무엇보다 가계도를 그려보는 게 중요하다.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후대에 암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나,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정기검진을 받는 게 필수다. (가족력 암 박스참조)



가족력 암에 따른 정밀검사는?



▲유방암: 어머니, 자매, 딸 등 직계 가족에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발생 위험성 2~3배. 고위험군에서는 유방촬영술 등의 정밀진단을 최소1~2년에 한번은 반드시 받아야.



▲대장암: 대장암의 5∼20%가 유전적 요인. 조기발견위해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지를 보는 잠혈검사를 매년, 대장내시경이나 대장조영술은 최소 2~4년에 한번꼴로.



▲폐암: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위험이 2∼3배. 폐암에 대한 영향의 측면에서 유전적 요인은 흡연과 같은 비중으로 다뤄지기도 한다. 폐암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은 물론 간접흡연도 피해야. 고위험군은 매년 흉부 엑스레이 검사, 기침, 피섞인 가래 등이 있으면 바로 CT 등 정밀검사 필요.



▲위암: 전체 위암 발생건수 중 10%가 가족력. 매년 위내시경이나 위장조형술 검사를 받아야. 고위험군에서는 30세 이하에서도 정기 검진 필요.



그러나 국내에서는 가족력과 관련된 암의 예측 및 예방법 등 체계적인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유전성 암의 빈도가 잘 파악되지 않았고, 가족력 조사에 대한 체계적인 틀 마련도 이제 시작단계다. 홍영준 원자력병원 암유전상담클리닉 과장은 "유전성 암예측을 위해 국내 빈도파악이 중요하지만 아직 이의 기본이 되는 가족력 조사 설문지와 결과에 대한 해석틀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일부 병원에서 입원 암환자를 대상으로 가족력 조사를 원칙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족력 조사로 평가된 위험도에 따라 어떤 예방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족이 이용하는 단골병원 만들어 건강챙겨야



체계적 가족력 조사는 유전성 암 뿐만이 아니라 가족력과 관련한 여러가지 질병에도 해당된다. 가족력을 통해 병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유전병으로 명백히 밝혀진 극히 일부 질병을 제외하고는 적절한 검진으로 병을 미리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가족력 조사틀을 마련하고 가족단위의 평생건강 관리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의료계와 정부의 몫이라면, 개인차원에서는 당장 집 주위의 '단골의원'을 정해 연령, 성별에 따라 자주 나타날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연령별 평생건강관리는 가족단위로"

유아 소년기(출생~12세): 불의의 사고가 사망원인 1위. 항상 부모는 유아의 안전에 신경써야 한다. 6~7세때는 소아비만에 주의해야 하는데 이 시기를 잘못 지내면 평생 비만으로 고생활 확률이 높으므로 패스트푸드, 피자와 같은 밀가루 음식을 덜 먹이고 밥을 적당량 먹는 습관을 길러준다. 이 때는 근육이나 심장발달보다는 신경이 발달되는 시기. 이 때는 부모가 자주 놀아주고 큰 장소에서 활발하게 뛰어 놀게 하는 게 좋다.



청소년기(12~24세): 신체적 사회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기. 담배와 약물의 유혹도 강하다. 불의의 사고와 자살이 주요 사망원인. 학교생활에는 잘 적응하는지 살펴야 한다. 학과는 재미있는지, 친구들과 문제는 없는지 등을 살피고 자연스런 이성교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걷기, 달리기, 줄넘기, 에어로빅, 축구 등 근력과 유연성, 순발력, 민첩성 등이 고르게 발달할 수 있는 운동이 좋다.



검진은 1~3년에 1회 이상 진찰과 검사, 상담이 필요하다. 학교와 고등학교 때 각각 1회씩 받는 것이 좋고, 이 때 필요한 검진항목은 B형 간염 항원과 항체, 대변검사, 소변검사, 빈혈검사, 콜레스테롤 등이다.



장년기(25세~39세): 기초대사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랫배에 지방이 쌓인다. 졸업과 취직 등 인생의 변수가 많고, 실무와 관리직을 거치면서 직장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술, 담배 등으로 몸을 혹사하고 피로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그래도 버틸 정도는 된다. 40세 이후에 성인병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운동을 시작해야 할 나이. 조깅, 빨리 걷기, 등산 등과 에어로빅운동등으로 뱃살을 빼고 중력 운동으로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해야 할 것.



중년기(40~55세):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술과 담배, 아무렇게나 먹는 음식 등으로 고혈압, 협심증, 관상동맥질환, 고지혈증 등 심혈관계질환의 징후가 서서히 나타난다. 주위에 과로사 혹은 돌연사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반드시 3년 단위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1년에 1회이상 단골의원을 방문해 진찰과 검사,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특히 술을 좀 덜 먹고 담배는 모질게 끊는 게 좋다. 운동이 꼭 필요한 시기. 심혈관계질환을 예방해주고 비만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걷기, 달리기, 수영, 줄넘기, 자전거 타기 등 심폐지구력 운동이 좋고, 근력운동과 유연성운동을 함께 해야 한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체력검사와 건강검진을 받는 게 좋다.



검사로는 B형 간염 검사(항체가 양성을 확인되었다면 불필요), 빈혈검사, 간기능, 당뇨, 콜레스테롤, 소변검사, 대변검사, 위암검사(2-3년에 1회), 대장암검사(50세 이상, 매 5~10년에 1회) 등이다. 40세 이후의 여성의 경우 갑상선 호르몬, 자궁암검사(매 2~3년에 1회), 유방암검사(매 2~3년에 1회), 골다공증검사(갱년기 여성)등을 실시.



노년기(55세이상):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계질환과 위암, 간암, 폐암 등 악성 질환이 생명을 위협한다. 오래 담배를 피웠고 운동을 안해왔다면 질병의 위험이 가까이 왔다. 1년에 한번씩 건강검진을 받는다.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이나 몸에 좋다는 약에 솔깃하지 말 것. 활동량에 비해 많이 먹는 경우가 많은데 식사는 좀 모자른 듯 싶게 한다. 운동은 효과 높으면서도 안전한 걷기, 달리기, 수영과 정적인 근력운동 중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선택, 실시한다.



고위험군의 건강진단: 만성간질환자: B형 또는 C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나 간경변증 환자들은 간암의 위험이 일반인들보다 상당히 높다. 일반적으로 40세부터 간암에 대한 위험이 급격히 증가되기 시작한다. 만성간질환자의 경우 40세부터 6~12개월에 1회씩 혈액을 통한 간암검사나 간초음파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 간암을 예방해야 한다.



암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 특히 직계가족 중 암환자가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본인도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이들은 해당되는 암에 대한 검사를 좀더 일찍 시작하고 좀 더 자주 시행해야 한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의 가족력있는 사람: 협심증의 경우 초기 증상이 있을 때 조기발견하면 심근경색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흉통이 있을 경우 검사해야 하고, 일단 발병하면 치명적이므로 평소 흡연이나 지방섭취 비만 등 평소 동맥경화의 위험요인을 없애야 한다. 그 밖의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평생동안 약물을 복용해 정상혈압과 정상혈당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움말: 원자력병원 암유전상담클리닉 홍영준 전문의/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이선영 교수/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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