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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회복 빠른 '최소 절개 수술' 늘어나
2003-01-15 조회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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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암치료 대장암>
각종 첨단 진단·치료법의 발달로 경우에 따라 암도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하다. 최근 암 진단·치료 분야에 도입된 '신 기술'과 '암 상식'을 소개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첫회는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대장암이다. 아울러 조선일보 의료팀의 취재를 바탕으로 각종 암을 전문으로 치료해온 의사들을 추천한다./편집자
대장암 수술이 간편해지고 있다. 배를 길게 째지 않고도 복강경으로 암을 수술할 수 있게 됐으며, 두 번에 나눠 시행해야 했던 수술을 한 번에 끝낼 수도 있게 됐다. 또 인공항문을 달지 않고 직장암을 수술하는 일도 많아졌다. 작게 째는 '최소절개수술(MIS·minimal invasive surgery)'이 특히 대장암 수술 분야에 최근 집중적으로 도입된 덕분이다.
환자 처지에서 가장 '혁명적인' 변화는 배에 1~2㎝ 구멍 네댓 개를 내서 하는 복강경 수술. 현재 암이 임파절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1~2기 환자의 수술에 많이 시행되며, 전체 대장암 수술의 10~15%를 차지하고 있다.
배를 20~25㎝ 정도 길게 째는 기존 수술에 비해 ▲수술시 출혈이 적어 수혈사고의 위험이 없으며 ▲회복기간이 1주 이상 짧으며 ▲통증이 적어 마약성분 진통제를 쓰지 않아도 되며 ▲수술 뒤 폐(肺) 합병증 등 부작용이 적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최근엔 암이 여러 장기로 전이된 3~4기 환자들까지 복강경으로 수술하는 의사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암의 크기가 8㎝ 이상으로 아주 크거나 ▲암이 주위 장기를 뚫고 들어갔거나(직접침윤) ▲암 때문에 장이 완전히 막힌 경우엔 복강경으로 수술하기 어렵다. 이 같은 경우엔 복강경으로 수술하다가도 즉석에서 개복수술로 전환해야 한다.
스탠트(금속그물망) 삽입술은 암 덩어리가 장을 막은 폐쇄성 대장암 환자의 수술에 많이 시행되고 있다. 대장이 막히면 막힌 곳 위쪽으로 변이 계속 차서 장이 터질 위험이 있으며, 이 경우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 응급수술이 아닌 경우에도 차 있는 변을 빼내는 수술을 한 뒤, 다시 암을 절제하는 등 두 번의 수술이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전호경 교수는 "볼펜 용수철처럼 생긴 스탠트를 장이 막힌 곳에 삽입해 배변 '통로'를 확보하면 장이 터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며 "수술 전 장 세척도 가능해 한 번만에 수술을 마무리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탠트 삽입술이 필요한 폐쇄성 대장암은 전체 대장암의 10~20% 정도다.
또 직장경을 이용한 국소(局所) 절제법의 발달로 초기 직장암은 항문을 잘라내지 않고도 수술할 수 있게 됐다.
항문과 가까운 하부(下部) 직장의 암은 항문 절제가 불가피하지만, 상부 직장이나 그 위 'S상 결장'에 암이 있는 경우엔 항문을 잘라내지 않고 수술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때 사용되는 게 직경 4㎝ 가량의 직장경이다. 원자력병원 외과 황대용 박사는 "국소절제법은 주위 임파절 등으로 번진 암까지 '깨끗이' 수술하는 게 어려워 수술 뒤 생존율이 낮고 재발률이 높았는데, 최근 적당한 초기 환자를 잘 골라 시행할 경우 생존·재발률이 기존 수술과 큰 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호경 교수는 "암 수술의 첫 번째 고려사항은 수술종류가 아니라 환자의 생존율과 재발률"이라며 "최근 도입되는 최소절개수술법들이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생존율이 낮거나 재발률이 높은 경우엔 배를 째는 수술이 권장된다"고 말했다.
◆주요 대장암 전문의(외과·가나다순)
김남규(신촌세브란스병원)
김선한(한솔병원)
김영진(전남대병원)
김진천(서울아산병원)
문홍영(고대구로병원)
민진식(송도병원)
박응범(이대동대문병원)
박재갑(서울대병원/국립암센터)
손승국(영동세브란스병원)
심민철(영남대병원)
오남건(부산대병원)
오승택(강남성모병원)
육의곤(대항병원)
이봉화(한림대평촌병원)
전수한(경북대병원)
전호경(삼성서울병원)
황대용(원자력병원)
◆대장암 요점 정리
◇발병 현황 =전체 암의 10.3%로 발병률 4위(2000년 기준). 1984년과 비교해 202.9% 증가. 이는 현재 발병률 1~3위 위암·폐암·간암보다 발생률 증가 속도가 빠른 상태.
◇암 진행과정 =대장 점막 상피세포가 유전자 변이 등을 일으켜 사마귀 모양의 작은 폴립(용종)으로 변한 뒤, 이 중 일부가 암으로 발전. 폴립이 암이 되는 기간은 3~7년. 폴립은 발견 즉시 내시경 등으로 제거하는 게 원칙.
◇증상 =대장 오른쪽에 암이 생기면 주로 빈혈과 복통 증세. 왼쪽에 암이 생기면 변비와 설사, 혈변 증세가 나타남. 어느 쪽이든 증세가 없는 경우도 많음. 직장에 생기면 변에 피가 묻어 나오는 등 치질 증세와 유사함.
◇발암인자 =과도한 육류섭취가 담즙산 분비 등을 촉진시켜 암을 유발한다는 것이 정설.
◇유전성 대장암 =대장암의 1%는 ‘가족성 용종증’이 원인. 20대 초반에 용종이 수백~수천개 생겼다가 10~20년 뒤 암으로 진행. 5% 정도는 ‘가족성 비용종증’으로 50대 이전에 암 발생. 가족성 용종증 가계(家系)는 15세 이후 매년, 가족성 비용종증 가계는 20~30세 이후 1~2년에 한 번씩 대장 내시경 검사 필요.
◇치료 결과 =완치율은 1기 90%, 2기 60~80% 정도지만, 암이 주변으로 퍼진 3기 이후엔 30% 이하로 뚝 떨어짐. 간이나 폐로 멀리 전이되면 5% 이하.
◇예방·조기발견 :야채나 과일, 곡류 등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고 운동을 주 3회 정도 하면 예방효과가 큼. 칼슘과 엽산, 비타민 A·C·E도 좋음. 조기 발견하려면 40대 이상에서 3~4년에 한 번 대장 내시경 검사 권장됨. 특히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거나 궤양성 대장염이 있거나 변비·설사 증상이 반복되거나 변에 피가 섞여 있거나 변이 콜타르처럼 시커멓거나 변이 가늘고 점액이 섞여 있으면 바로 내시경 검사 필요.